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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위원장] 조선일보 기고 - 원전·신재생 ‘에너지 믹스’는 이념 아닌 과학에 기반한 기후 정책

작성일 : 2023-04-21 조회 : 394

오늘날 “지구를 구하자”는 인류의 구호를 지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46억년 지구 역사에 우리 인간이 존재한 건 10만년 안팎. 인간 없이 존재해 온 시간이 더 긴데 갑자기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 이런 말을 외치니 황당할 것이다. 사실 인간이 뭐라 하든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그런 면에서 ‘거주 불능의 지구(Uninhabitable Earth)’라는 표현이 더 와닿는다. 인간의 관점에서 지구에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인은 기후변화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국가 간 협의체)가 최근 승인한 제6차 종합 보고서는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온도가 2040년이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가 오를 것이라 진단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30년 동안 지구가 뜨거워지는 추세는 피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극한 기상, 해수면 상승, 생물 다양성 손실을 경고했다.

그러니 “지구를 구하자”는 말은 사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을 구하자”는 뜻이다.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구에 끼친 막대한 영향을 감안해 지금의 세상을 ‘인류세(人類世)’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69년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벌어진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인간의 환경 파괴를 반성하려고 만들어진 ‘지구의 날’은 그래서 뜻깊다. 문제를 만든 주체가 인간인 만큼 문제를 푸는 주체도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지구촌 차원에서 각성시키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법정 기구로 출범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과 더불어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지속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한 탄소 기반 문명을 만들어 온 인류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이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가 파리협약을 맺은 후 지난 10년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부 모두 거창한 감축 목표와 실제 감축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어 왔다. 젊은 세대일수록 분노와 실망을 표출하는 건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탄녹위의 심의 의결을 거쳐 국무회의를 통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연도별·부문별 기본 계획을 확정했다. 2030년까지 채 8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 정부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고 약속한 목표를 현 정부가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 구조와 그간의 감축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지만, 기후 정책만큼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초(超)정권적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중시했던 것은 이념이나 아집이 아니라 과학과 합리에 기반한 ‘기술 중립성(Technology Neutrality)’이다.

‘에너지 믹스’에 초점을 맞춰 원자력 발전을 합당한 수준으로 자리매김시키면서 재생에너지 역시 균형 있게 끌어올린 배경이다. “미래를 보장할 에너지 정책은 오직 ‘다양성’에 있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수소를 비롯해 새로운 무(無)탄소 에너지에도 열린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주력 산업의 녹색화와 더불어 차세대 배터리와 모빌리티, 탄소 제거 기술(CDR) 등 새로운 녹색 기술에도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베트남 등 신흥 개도국과의 온실가스 감축 협력도 빠질 수 없다. 국민과 함께 만드는 변화를 통해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는 ‘First Korea’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IPCC가 앞으로의 10년이 우리들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단언한 것은 기성세대에 대한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글래스고기후변화총회 의장을 지낸 알로크 샤르마를 최근 영국에서 만나 ‘빅뱅(Big Bang)’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작은 ‘점’에서 출발했지만 폭발 한 번으로 막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한 ‘그린 빅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다. 삶 곳곳에서 탄소 중립을 과감히 실천하며 대응의 규모와 속도를 키워나가야 한다. 기후변화의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바꾸는 대전환, 두려움이나 회피가 아니라 정면으로 응전하는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살아남은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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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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